
글 : 이완옥 박사
우리는 가끔 이름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유명인들은 이름만 가지고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주민등록증 같은 증명서를 내밀어야 일을 마칠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얼마 전 옷 로비 청문회에는 연아무개, 배아무개 하는 이름들이 등장했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몰랐어야 좋았을 이름을 알게 되면서 묘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 청문회에서는 또 한 유명 디자이너의 본명이 불쑥 튀어나왔다.
고상한(?) 예명 뒤에 숨어있던 본명은 투박하지만 앞선 이름들과는 달리 정겨운 느낌을 남겼다.

송어 또는 산천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물고기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시마연어라는 어색한 이름을 표준어로 사전에 올라 있다. 송어는 오래 전부터 우리 나라에서 써온
이름이다.
그러나 어느 날 외국에서 수입된 물고기에게 무지개송어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아름다운 물고기는 송어라는 이름을
빼앗기고 말았다.
러시아 극동지역 송어가 많이 나오는 지방의 방언에서 비롯된 시마라는 이름에 연어를 붙여 만든 시마연어를 표준어로
삼은 것은 불과 30여년 전의 일(한국어도보)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송어라는 우리 이름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97년에 어류도감(교육부)을 펴낸 김익수 교수(전북대)는 다시 송어라는 이름을 채택, 잘못된 이름의
역사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시마연어라는 이름을 처음 등장시킨 정문기 박사도 전국적으로 송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지개송어 이식하면서 명칭에 혼란 초래
시마연어라는 이름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이름은 천어의 분류와 관계가 있다. 문제는 이들의 학명에서 시작됐다.
극동지방에 살고 있는 연어과 어류는 모두 온코린쿠스(Oncorhynchus)속(屬)에 들어 있다.
연어는 온코린쿠스 게타(O. Keta)이고 송어는 온코린쿠스 마소우(O. masou)였던 것이다.
그러나 1965년 식용으로 무지개송어가 우리나라로 이식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이 종을 미국에서 들여오고 양식 기술을 개발하는데 여러 모로 간여한 이가 정문기 박사의 아들 정석조씨다.
정 박사는 한국어도보라는 어류도감을 만들 때 도입자의 이름을 붙여 석조송어라 했다.
또 살모(Salmo)속 어류가 송어이고, 온코린쿠스속 어류는 연어라고 단정적으로 구분했다.
그때까지 우리가 송어라는 이름으로 부르던 온코린쿠스 마소우(O. masou)는 갑자기 연어로 분류되기
시작하는 동시에 시마연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
석조송어라는 이름은 그러나 양식가나 연구자들로부터 그리 환영을 받지 못했다.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레인보우 트라우트(rainbow trout)라는 영어이름을 직역한 무지개송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를 또 약칭해서 송어로 부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후 여러 학자들의 연구 결과 무지개송어조차 살모(Salmo)속에서 온코린쿠스(Oncorhynchus) 으로
분류가 바뀌게 됐다.
당초 정 박사가 작명(作名)의 기준으로 삼았던 원칙이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 모든 혼란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송어라는 이름을 차지할 권리를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땅에서
그 이름을 사용해온 온코린쿠스 마소우(O.masou), 산천어의 강해형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과연 송어는 어떠한 물고기인가?
송어는 우리 나라에서 계류낚시와 플라이 낚시 대상어로 가장 대표적인 물고기인 산천어의 다른 이름이다.
송어와 산천어는 서로 다른 물고기이면서 또 같은 물고기이다. 이들의 이름과 분류는 왜 이렇게 복잡한가.
그것은 이들의 생활사가 민물과 바다를 넘나들면서, 또 성(性)을 넘나들면서 복잡하게 꼬여 있기 때문이다.
송어는 바다고기도 아니고, 민물고기도 아니다. 아니 바다고기이기도 하고 민물고기이기도 하다.
생활은 바다에서 하지만 새끼는 꼭 강에 와서 낳는다. 그것도 연어처럼 자기가 태어난 강을 찾아와 알을 낳는다.
과거 산천어는 모두 수컷이고 송어는 모두 암컷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산천어도 암컷이 있고
송어도 수컷이 있다.
송어는 소나무 닮은 물고기라는 뜻의 송어, 산과 하천의 물고기라는 산천어라는 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아름답고 행복한 물고기다.
그러나 이들이 우리 나라에서 사는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극심한 오염과 댐의 설치로 종을 보존하기도 힘들게 됐다.
우리는 강원도 북부의 동해로 흐르는 하천에서 겨우 자연적으로 종족을 영위하는 소수 송어 개체들을 볼 수 있다.
송어 즉 산천어는 연어목(目) 어류에 속한다. 연어목에 속하는 물고기는 대부분 하천과 바다를
회유하는 습성이 있고, 등지느러미 뒤에 기름지느러미가 있다.
세계적으로 연어목 어류는 연어과(科) 한 개의 과에 속하고 11속 66종이 알려져 있다.
우리 나라에는 남북한을 포함 5속 9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주로 냉수성이며 열목어 한 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바다와 민물을 오가는 회유성 어종이다.
대부분 북한에 살고 있어 우리가 쉽게 볼 수가 없다.
이중 송어(산천어)는 강과 바다를 회유하는 연어과 어류로 동해안 북부인 양양 남대천, 삼척 오십천, 강구 오십천,
간성 북천, 남천, 연곡천의 중상류에서 볼 수 있다.
송어는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에게 비교적 널려 알려져 있었다.
서유구의 전어지(佃漁志)를 보면 색이 빨갛고 선명하므로 소나무의 마디와 같아서 송어(松魚)라 부른다고 했다.
오래 전에는 남해안으로 흐르는 탐진강, 섬진강, 낙동강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
송어와 산천어의 관계는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우선 간단히 말하면 두 물고기는 동일종이다.
그러면 어떻게 그와 같이 많은 나라와 사람들이 다른 종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이 종의 생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우리가 송어로 부르는 무리와 산천어로 부르는 무리는 어릴 때
아름다운 측면 무늬가 있다.
그러나 커가면서 산천어는 어릴 때의 아름다운 측면의 반문과 반점이 그대로 있고, 사는 곳도 담수의 산란장 주변에
국한된다.
송어는 사는 곳을 바다로 옮기면서 어릴 때 보이던 반문이 모두 소실되고 체색이 은백색으로 바뀐다.
산란기에 강으로 다시 올라올 때는 혼인색을 띠게 된다.
이들이 같은 종임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학계에선 서로 교배해 동일한 자손을 남기는 것을 동종(同種)의 첫 번째
조건으로 꼽는다.
또 생태적으로 같은 역할을 하고 같은 조건을 선택해 사느냐의 여부도 중요한 요소로 취급된다.
송어와 산천어는 분명히 서로 교배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는 장소와 생태적인 습성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러한 경우 이들을 같은 종으로 할 것이냐, 아니면 다른 종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는
학계에서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분명한 것은 송어와 산천어가 산천어의 생활장소인 계곡에서 만나 서로 교배해 한 종류의 송어 및 산천어의 새끼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이 조건만으로도 이들은 한 종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왜 일부는 담수에 남아 육봉형(陸封型·바다로 회유하는 어류가 회유하지 않고 담수에 남아 있는 경우)인
산천어가 되고,
또 일부는 바다로 내려가 강해형(降海型)인 송어가 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붉은 점 산천어는 일본산(産)
한편 우리 나라에는 최근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붉은 색 반점의 산천어가 흔하게 발견된다.
원래 우리 나라에 사는 산천어의 체색을 보면 등쪽은 황록색을 띠고, 복부는 은백색이며
갈색의 큰 횡반문이 10여개 있고 그 위쪽에 동공(눈동자) 크기의 갈색반점이 나타난다.
우리 나라에는 원래 붉은 색 반점을 가진 것들이 살고 있지 않았다.
그러면 붉은 점박이들은 어디서 왔을까. 이러한 의문은 일본 산천어의 형태를 살펴봐야 해결할 수 있다.
일본도 우리 나라와 같은 종류의 산천어가 있다.
이를 야마메(ヤマメ, yamame)라 부르고 바다에 회유하는 송어를 사꾸라마스(サクラマス, sakuramasu)라 부른다.
이와는 별개로 붉은 점이 있는, 일본 고유의 산천어가 일본의 태평양쪽 연안을 중심으로 살고 있다.
이를 아마고(アマゴ, amago)라고 구별해 부르고
이것의 바다 회유형(강해형)을 사두끼마스(サツキマス, satukimasu)라 부른다.
이 두 가지 산천어류는 서로 교배가 가능해 자손을 남길 수 있다.
이들은 같은 종내 아종(亞種·형태와 분포가 다르지만 교배해 자손을 남길 수 있는 집단)으로 분류되고 있다.
야마메는 온코리쿠스 마소우 마소우(O. masou masou),
아마고는 온코리쿠스 마소우 이시가와이(O. masou ishikawae) 라는 학명으로 따로 부르고 있다.
한편 비와호에 특산인 비와마스(ビワマス, biwamasu)라는 아종이 하나 더 있어 결국 일본에는 세 종류의 산천어가
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아종 관계이기 때문에 원래 서로 사는 장소가 다르다.
즉 야마메는 우리 나라의 동쪽 연안과 일본의 서쪽, 북해도, 알래스카, 러시아 극동 지역에 살며 아마고는 일본의
태평양쪽 연안,비와마수는 일본의 비와호 주변에 제한적으로 분포했다.
그런데 일본에서 아마고와 야마메를 인공 번식시켜 서로 여기저기 방류하면서 잡종이 생겨났다.
이들 잡종은 두 종의 특징을 모두 가지거나 반문의 규칙을 가지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이런 혼란에 대해 학계가 심각한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산천어를 양식 대상어로 개발하면서 기술적인 어려움에 부딪히자 일본에서 수정란을 들여왔다.
수정란 상태에서는 이 두 종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붉은 점 산천어가 언제부터 얼마나 들어왔고 또 어느 지역에
방류됐는 지 알 수 없다.
붉은 점 산천어는 최근 실시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하천 자원 증강을 위한 방류사업의 결과 자연계에 상당히
많이 들어가고 있다.
이들 붉은 점 산천어는 우리 나라의 산천어와 자연스럽게 교잡해 일본에서 선례가 남았듯 유전자 교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막으려면 더 이상 일본서 수정란을 도입하지 않고 우리 기술로 토종 산천어를 생산, 대량으로 방류해야 한다.
양양·삼척서 순종 치어 대량 생산
산천어는 물이 맑고 차가워서 연중 수온이 섭씨 20도 이하인 곳을 좋아한다.
용존산소가 풍부한 하천의 상류에서 하루살이 유충 등 수서 곤충을 주로 먹지만
어린 물고기나 다른 물고기의 알도 잘 먹는다.
부화 후 2년이 지나면 20cm까지 자라는데, 수컷은 1년, 암컷은 3년 이상 지나면 생식능력이 있다.
치어는 1년간 담수에 머물렀다가 일부는 남아 산천어가, 일부는 바다로 내려가 송어가 된다.
바다로 간 송어는 3년만에 대부분 약60cm 내외의 크기로 자라서 강으로 돌아온다.
이때 담수에서 자란 20cm 내외 산천어 수컷이 산란에 참여하는 것이 관찰된다.
한번에 약2천∼3천개의 알을 낳는다. 수정란은 섭씨8도 내외에서 60일이면 부화된다.
난황이 흡수될 때까지 겨울동안 돌 틈에서 지내고 봄이 되면 활동을 시작한다.
산천어의 경우 하천의 규모와 먹이에 따라 다르나 1년에 10cm 내외, 2년에 15cm, 3년에 20cm까지 성장한다.
바다에서 돌아온 송어 암컷은 산란 후 연어처럼 죽지만 담수에서 자란 산천어 암컷은 살아 남는다.
바다의 암컷 송어는 3월부터 11월초 사이에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3∼4월에 올라온 놈들은 5월경 산란장에 도착, 약4개월 동안 강에 머물며 산란을 준비한다.
송어는 만 1년이 되는 10cm 내외의 개체가 가을에 바다로 내려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이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더 자세한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 국립수산진흥원 양양내수면연구소와 삼척시 내수면시험장 등에서
토종 산천어를 어미 고기로 인공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미 기술 수준이 높아 방류용 치어를 많이 생산하고 있으며 양식 대상어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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