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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베리 열목어

부수베리는 강원도 정선의 임계(송계)를 가로질러 골지천으로 흘러드는 임계천의 최상류에 자리잡은 골짜기이다. 이 계곡은 도전계곡과 Y자 모양으로 합쳐져 임계로 흘러가는데 북서쪽의 부수베리가 도전계곡보다 더 길고 유역면적 역시 더 넓어 수량도 많다.

임계천과 합쳐진 골지천은 정선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만나 조양강을 이루고, 조양강은 다시 오대천과 동대천 물줄기를 받아 동강이 된다. 그리고 동강은 평창에서 흘러드는 서강과 만나 남한강을 만든다.

임계와 동해시를 잇는 42번 국도로 백봉령을 넘기 전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부수베리 일대 가목리마을 도로가 포장된 것은 21세기가 된 이후의 일이다. 이런 오지의 깊은 골짜기에서, 그것도 사람 손을 거의 타지 않아 일년 내내 청정옥수가 흘러넘치는 외진 계곡에서 열목어가 자취를 감춘 게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1990년부터 부수베리계곡에서 가목리 주민을 만날 때마다 그곳의 열목어 절멸에 관해 묻곤 했지만 만난 주민들 모두 한결같이 1980년대 중반경 열목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부수베리에서 열목어가 자취를 감추게 된 원인에 대해 나름대로 이렇다할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민은 없다. 아무도 왜 열목어가 부수베리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인지 모르는 것은 부수베리의 열목어 절멸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아주 완만하게 진행되었기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 생각된다.

올여름 강원도 인제의 한계리,덕산리, 평창 진부 일대의 수해같은 갑작스런 수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계곡에서 열목어가 사라지는 현상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생겨나는 일은 아니다.
부수베리에서 열목어가 자취를 감추게 된 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시기보다 훨씬 이전부터 부수베리의 열목어 개체수가 감소하면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다가 결국 최후의 한 마리까지 다 사라진 게 1980년대 중반의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낱마리 일부가 1990년대 초반까지 살다가 사라졌을지도 모르지만, 1980년대 초반경 이미 이곳의 열목어에게는 더 이상의 미래가 없다고 할 정도로 부수베리 열목어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을 것이다.

부수베리 중류의 소, 이 웅덩이 바로 아래에서 군대마을쪽 지류가 합류된다. 이 웅덩이는 여름철이면 부수베리에서 가장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곳이지만 열목어의 월동장소로 적합한 곳이다. 부수베리에는 이곳 외에도 월동장소로 쓰일 깊은 소가 산재해 있다.
송천과 오대천이 흘러드는 조양강에는 열목어가 많지는 않지만 잘 살고 있다. 늦가을 조양강으로 내려온 오대천,송천의 열목어가 임계천쪽으로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것은 임계천 중하류가 도저히 열목어가 소상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었기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수베리 물줄기 전구간의 중간위치에 있는 된장공장(메주와 첼리스트).

도로 개설과 고랭지 채소밭의 확대, 최근 늘고 있는 팬션, 미흡한 하수처리시설 등 여러가지 원인이 겹쳐 개발과 훼손이 복잡하게 되엉켜 나타나는 와중에도 그 한편으로는 숲이 되살아나 점차 예전의 건강한 생명력을 되찾아가는 물줄기도 많다. 열목어의 명맥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진 곳중에서도 최근 들어 느린 속도이긴 해도 전보다 열목어가 더 자주 발견되는 곳 역시 늘어나고 있다.

'메주와 첼리스트' 300m 하류의 여울, 극심한 가을가뭄으로 수량이 줄었지만 과거 열목어의 주요산란터로 쓰였을 장소이다.

열목어가 사라진 곳에 후일 다시 열목어가 나타나는 것은,,,극소수 열목어가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은채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서식여건이 회복되면서 개체수가 늘어나는 경우보다는 하류쪽 물줄기가 다른 곳과 연결되어 있어 다른 물줄기의 열목어가 다시 소상할 수 있기때문에 생겨나는 경우, 생태학에서 '자연적 재정착(natural recolonization)'이라 부르는 경로를 통해 더 흔하게 일어난다.

위의 사진 100m 하류의 보(洑), 부수베리 전구간에서 보는 이곳 하나뿐이다. 어도는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이다. 낙차가 작아 열목어의 소상에 큰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규모이다.
부수베리 역시 이제는 열목어가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이지만 하류의 임계천 본류권 전역이 완전히 토사로 메워져 있어 조양강 열목어가 소상하는 게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탓에 하류의 열목어가 임계천을 거슬러 올라와 다시 부수베리에 나타날 가능성은 별로 없는 상태이다.
다행히 부수베리의 최상류지역은 자연휴식년제로 지정되어 있어 무분별한 훼손과 어자원남획 등 외부의 손을 타지 않고 있다. 여름철 피서객이 크게 느는 게 문제지만 어디서나 피서철에 한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뿐 부수베리라고 해서 더 심한 것은 아니다.

군대마을의 고랭지 채소밭. 큰 비가 내리면 부수베리 중류로 흘러드는 이곳의 토사가 부수베리 계곡생태계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요소일 것으로 추정된다.
부수베리의 가장 큰 지류는 백봉령쪽 군대마을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인데 군대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대규모 고냉지 채소밭에서 흘러내리는 토사와 농약,비료때문에 부수베리의 중류 이하지역은 앞날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부수베리 본류권의 상류지역은 여전히 사람들의 무분별한 간섭과 훼손,남획의 손길로부터 보호받는 청정지역으로 남아 그 빼어난 경관과 함께 계곡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부수베리 용소, 가목리 마을 한가운데, 메주와 첼리스트 하류 500m 위치에 있는 웅덩이이다. 사진 왼쪽 위로 보이는 흰색 포말이 3m 높이의 폭포이다. 한 컷의 사진에 전체를 담을 수 없을만큼 소의 규모가 아주 크고 험한 지형으로 과거에는 이 폭포가 상하류간 열목어의 이동에 상당한 장애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부수베리에는 많은 화전민들이 살았다. 화전농사가 중단된 게 이제 30여년, 숲은 다시 되살아났다. 물은 맑아지고 수량과 수온은 다시 회복되었다. 그런 부수베리에 열목어가 돌아온다는 게 부수베리의 계곡생태계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이 글을 읽는 동호인 한 사람 한 사람이 곰곰히 자문해볼 일이다.

가목리 마을로 들어서는 초입의 다리에서 바라본 상류쪽 경관, 과거 열목어의 산란터로 쓰였을 여울이다.

.....계곡의 중요한 구성원 하나가 완전히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는 상태, 씨가 말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상태에 대해,,, 열목어가 계곡의 자연미와 건강함을 상징하는 지표생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근사한 낚시터 한군데가 복원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아쉬워하는 낚시꾼도 있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건 부수베리에서 열목어를 다시 보고 싶은 사람들은 임계천의 토사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부수베리에 열목어가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연적인 재정착을 기대할 수 없는 부수베리에 열목어가 돌아오는 일에 관해, 10년 혹은 20년이 걸리더라도 부수베리 열목어를 복원하는 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때이다.

가목리 마을 하류. 이곳으로부터 500m 아래쪽에서 도전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합쳐진다. 태풍 루사와 매미 이후 여울과 소가 되살아나고 있는 상태이다.


임계에서 상류쪽으로 2km 떨어진 위치의 임계대교에서 찍은 임계천 전경.


임계의 중심가를 지나는 임계천. 송계교에서 상류쪽을 바라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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