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의 글은 미국 트라웃 언리미티드(Trout Unlimited)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Trout" 2002년 가을호에 실린 로버트 벵케
교수의 컬럼을 번역한 것으로
원문의 제목은 'The Nature and Nurture of Trout Behavior'이다.
로버트 벵케(Robert Behnke) 박사는 연어과 어류의 생태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서 미국 콜로라도대학교의 명예교수이다.
이 글에서 '송어(trout)'는 무지개송어,브라운송어 등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개념으로 쓰였다.(옮긴이 주)

나의 지난번 컬럼은 연어과 어류의 생태습성을 결정짓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 문제는 연어과 어류의 강해를 결정짓는 여러 요인들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연어과 어류의 강해 행동 현상에 포함된
복잡성 탓에 연어와 스틸헤드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여러가지 오류가 초래되었다.
이러한 문제의 본질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있을 수 있는 모든 해결책과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인간은 가장 단순명료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단순명료함을 추구하는 것은 유용한 방법이겠지만 자연의 복잡성과 관련된 문제에 직면했을 경우에는 가장
단순명료한 해답은 대개 잘못된 해답이다.
지난 2월 나는 덴버에서 열린 선회병(whirling disease)관련 회의에 패널로 참석했다.
그 회의의 하이라이트는 독일의 양어장에서 키운 무지개송어(호퍼 계열의 무지개송어)는 브라운트라웃에 비해 선회병에 대한
저항력이 훨씬 크다는 발표였다.
회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호퍼(Hofer) 계열의 무지개송어는 양식장에서 오랫동안 인공적인 선택과정을 거치면서
자라난 탓에 그 유전자가 계속 변해왔기때문에
그런 무지개송어가 양어장의 인공선택과정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자연선택과정을 거치며 살아온 야생의 브라운트라웃하고 제대로
경쟁하면서 야생에 자리잡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지개송어가 독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1882년의 일이며 이 일은 Herr von Behr에 의해 이루어졌다. Herr von Behr는 1883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브라운트라웃을 보냈다.
1882년부터 1900년대 초까지 북미의 여러 지역 출신의 (스틸헤드도 포함된) 무지개송어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지역에
도입되었다.
이 당시 유럽에는 북미의 여러 지역에서 자라난 무지개송어가 도입된 덕에 무지개송어가 무척 폭 넓은 유전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유전적 다양성때문에 그 이후 지속적인 자연선택과 인공선택이 가능했다.
독일에서는 무지개송어가 야생에 잘 정착하여 자체적으로 번식을 순조롭게 하면서 브라운트라웃과 공존을 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독일의 여러 강에 선회병이 퍼져나가게 되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선회병에 저항력이 있는 양어장 출신의 무지개송어가 필요한 거라면 호퍼 계열의 무지개송어면
족하겠지만,,,
선회병에 대한 저항력을 갖추는 것 외에도 자체적으로 번식을 해나가면서 야생의 브라운트라웃과 공존할 수 있는 무지개송어가
필요한 거라면
유럽의 여러 강에서 지속적인 자연선택을 거치면서 번식을 하고 있는 무지개송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나는 회의과정에서 선회병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미국의 무지개송어를 복원시키기는 데 쓰일 무지개송어를 찾아내는 일에
필요한 인공선택과 자연선택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에 관해 언급하는 자료는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우수한 형질과 관련된 유전적 요인과 환경요인, 그 각각의 요인들을 잘 적용시켜 어자원 관리 프로그램에 제대로 적용시키는
일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함으로써 물고기를 관리하는 방식 자체에 심각한 오해와 오류가 생겨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정 형질의 유전적 배경과 그 잠재적인 발현과정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래의 서식지 이외의 지역에 도입된
연어와 송어에 관해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남반구의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뉴질랜드에는 원래 연어과 어류가 전혀 서식하지 않았다.
브라운트라웃은 1864년 영국에서 태즈매니아에 처음 도입되어 잘 정착하였다. 1864년 이후 뉴질랜드에는 많은 브라운트라웃이
도입되었는데 그중에는 보통 Sea trout이라 부르는 강해형 브라운트라웃이 포함되어 있었다.
강해형 브라운트라웃은 뉴질랜드에 잘 정착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의 기록에는 담수정착형 브라운트라웃이 강해형으로
변해버린 사례가 전해지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새로운 서식환경이 생태와 행동양식에 변화를 초래한 경우에 해당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 뉴질랜드 브라운트라웃 도입에 관한 옛 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해본 결과 뉴질랜드의 강해형 브라운트라웃은
영국에서 도입한 강해형 브라운트라웃을 기원으로 한 것이라는 게 밝혀졌다.
즉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강해형 형질이라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강해형 브라운트라웃이 나타난 것이다.
이와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뉴질랜드의 무지개송어는 모두 미국 샌프란시스코만의 지류인 소노마 크릭(Sonoma Creek)에
서식하는 스틸헤드가 1883년에 도입되어 퍼진 것이다.
그런데 뉴질랜드의 무지개송어는 모두 담수에 정착하여 생활하며 스틸헤드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것이 유전적인 변화는 전혀 없이 서식환경의 변화만으로 생겨난 일일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뉴질랜드의 무지개송어는 '유전적 요인 대 환경요인'이라는 복잡한 문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양식장에서 대량으로 양식된 무지개송어 치어는 뉴질랜드의 여러 지역에 방류되었다.
그런데 뉴질랜드의 여러 강에서 무지개송어의 스몰트화된 치어들은 바다로 내려간 후 일체 돌아오지 않았다.
이와 달리 다른 몇몇 강에서는, 특히 뉴질랜드 북섬의 큰 호수로 이어진 강에서는 무지개송어가 잘 정착하여
북아메리카 오대호의 '담수형' 스틸헤드와 비견될 정도로 아주 크게 자랐다.
위의 사례는 자연선택이 급속히 진행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의 강해형 무지개송어는 바다로 내려간 후
강으로 돌아오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바다로 내려가게 하는 유전자는 모두 사라진 것이다.
뉴질랜드에 도입된 왕연어의 경우 100년이 되지 않아 생활사에서 유전적 변화가 생겨난 사례로 꼽힌다.
1875년부터 1900년대 초까지 뉴질랜드에는 여러 차례의 왕연어가 도입되었다. 뉴질랜드 남섬의 여러 강에서는 왕연어의
강해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왕연어의 강해행동은 서로 다른 강에서 제각각 변해가게 되었다. 자연선택과정을 통해 강으로 돌아오는 시기와
산란기같은 생활사가 각기 다른 양상을 띠게 된 것이다.
이 경우는 서식하는 강의 특수한 환경에 맞추어 각 집단이 그 서식환경에 적응해 나간 거라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왕연어는 원서식지 이외의 지역에 도입된 후 지속적으로 강해를 하는 사례로는 유일한 경우에 해당된다.
그런데 그 이유는 무었일까?
뉴질랜드의 왕연어는 모두 새크라멘토(Sacramento) 강 수계 출신인데 새크라멘토 수계의 왕연어는 바다에서 이동하는 범위가
다른 지역 왕연어와 크게 다르다.
다른 지역 왕연어가 대양에서 수천 마일을 이동하는 데 반해 새크라멘토 수계의 왕연어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남부 오레건주의
근해 수백 마일 이내 지역에서만 회유한다.
뉴질랜드에 도입된 새크라멘토 수계의 왕연어 수정란에는 바다에서의 회유범위를 수백 마일 이내로 한정짓는 유전자가
들어있었고
그러한 유전형질 덕분에 원서식지를 벗어난 타지역에서도 적응와 번식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브라운트라웃은 연어와 송어중 가장 다채로운 강해 행동을 한다. 유럽의 Sea trout 대부분은 sea-run coastal cutthroat과
아주 비슷하다.
그들은 강으로 돌아가기 전에 몇달 동안만 만이나 강 어귀에서 지낸다.
(카스피해를 포함하여) 발틱해같은 자연서식지 분포의 북방한계선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특별히 브라운트라웃이 산란을 위해
강으로 소상하기 전에 바다에 2~3년간 머물면서 먹이활동을 한다.
카스피해 브라운트라웃중 일부 계열(race)은 바다에서 4~5년간 먹이활동을 하는데 그들은 한때 브라운트라웃중 세계 최대어로
꼽혔다.
스틸헤드가 대양에서 수천 마일을 회유하는데 반해 브라운트라웃은 연안에서 먹이활동을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북유럽의 Sea trout은 스틸헤드와 비슷하다.
Sea trout의 회유범위가 좁은 탓에 아이슬랜드에까지는 서식하지만 대양을 건너지는 못하기 때문에 배에 실려 도입되기
전까지는 북아메리카대륙에 닿을 수가 없었다.
브라운트라웃이 바다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기간이 평균적인 기간보다 더 길어지도록 하는 유전적 요인이 북아메리카나
남아메리카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일이 있을까?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아발론(Avalon) 반도, 티에라 델 푸에고의 리오 그란데(Rio Grande of Tierra del Feugo), 칠레,
아르헨티나는 유별나게 큰(20~30파운드) 강해형 브라운트라웃으로 이름이 높다.
스코틀랜드의 레벤 호수(Loch Leven)에서 캐나다 뉴펀들랜드에 처음 브라운트라웃이 도입된 것은 1884년의 일이다.
1892년에는 독일에서 브라운트라웃이 도입되었는데 그 정확한 원산지는 독일내 어느 곳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남미에서는 1905년 독일로부터 칠레에 브라운트라웃이 처음 도입되었는데 그때 도입된 브라운트라웃은 Meerforelle
즉 sea trout이라는 게 정확하게 알려져 있다.
캐나다 뉴펀들랜드의 Avalon반도와 Rio Grande에 서식하는 대물 강해형 브라운트라웃이 바다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기간이
유난히 더 긴 유럽의 조상이 지닌 유전자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지 밝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Avalon반도와 Rio Grande에 서식하는 대물 강해형 브라운트라웃이 새로운 서식환경에 방류되자 조상의 생활양식과는
전혀 다른 생활양식을 갖도록 급속히 변모했다고 보는 게
가장 손쉬운 설명이 될 것이다.(즉 유전적 요인보다는 환경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자연의 복잡성을 단순화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단순하고 간단명료한 설명은 대개가 잘못된 설명이다.
연어와 송어의 생태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요인 사이의 관계에 관한 나의 생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어류학자중 한명인 리커(W.E.Ricker)의 여러 저작이었다.
1958년 리커는 연어과 어류에게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 요인에 관한 원고를 배포했다.(이 글은 1972년
업데이트되어 출간되었다.)
나는 리커가 제기한 여러 증거와 분석자료에 큰 영향을 받았고 이 일은 그후 내가 이 주제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책에서 연어의 생활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요인에 관해 리커가 언급한 말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다. 그의 말은 이런 것이었다.
"우리는 그런 주제를 다룰 때 보수적인 입장에 호소하거나 단순성을 강조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자연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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